5.20.2012

노석미작가의 블로그에서 본 인상깊었던 글

그의 작품을 보니 작가의 인성이 고스란히 감촉되었다. 일상에서 쓰이는 물건들을 무리 없이 만들고 그 안에 사람이나 동물의 형상을 자연스레 밀어 넣었다. 유머와 해학이 있으면서도 조형적인 단단함이 뼈처럼 자리했다. 도예 본래의 실용성을 근간으로 삼으면서도 활달한 상상력과 만드는 재미를 아우르고 흙이 지닌 특질을 유지하고 있다는 인상이었다. 나는 이렇게 편안하고 소박한, 그리고 작업에 대한 무거운 관념이나 허위의식이 지워진 작품이 더없이 좋다. 그런데 한국작가들에게서는 그런 작품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 작가들은 작업을 너무 의식적으로 다루는 한편, 심오하고 무거운 관념으로 물들고 싶어한다. 도예나 도조의 경우도 과도하게 괴이하고 요란스럽게 장식적이다. 드라마가 너무 많이 들어가 있다. 작업을 작업으로 심플하게 여기지 않고 거창한 정신적 행위나 도를 닦는 것처럼 포장하기도 한다.  이것 역시 일종의 자격지심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우리 사회에서는 미술을 한다는 것이, 작업을 하면서 산다는 것이 폄하되거나 별 볼 일 없는 일 내지는 하등의 가치가 없는 것으로 여겨지기에 작가들 스스로라도 공연히 자신의 일을 신비화하거나 그것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측면이 있다. 실용성만이 유일한 가치로 인정되는 자본주의사회에서 무용성에 몸과 마음을 바치는 예술가의 일이 사회적으로 아무런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도 우리 사회의 허약성이자 이 시대의 불우함이다. 작가들은 오히려 그 무용성과 무모함으로 자본주의적 욕망이 창궐하는 현실에 구멍을 내려고 해야한다. 모든 허위의식과 조급한 명망성의 유혹에서 유유히 빠져나와야 한다. 그러나 대다수 작가들은 이 사회가 요구하는 욕망과 허세에 마냥 휘둘린다.   -<수집미학> 중, 박영택